1973년 3월 15일, 리처드 헬름스 전 국장의 비서실에서 폐기된 문서 중 4페이지만 살아남았습니다. 페이지 번호 27, 28, 31, 42. 나머지는 칼날에 갈려 나갔죠.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아세요? 아, 물론 저도 잘 몰라요. ^^ 그냥... 27과 28 사이의 3페이지가 왜 통째로 사라졌는지, 그 빈 공간이 오늘날 마케팅 전략에 얼마나 근사하게 대응하는지 잠깐 생각해봤을 뿐입니다.
## 사라진 3개의 이름
SUB-13 ‘Treadstone’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예인데... 아, ‘가장 좋아한다’는 표현이 좀 이상하죠? ㅎㅎ 공식 문서에서 이 코드명은 1954년 4월에 처음 등장했다가 8개월 만에 모든 언급이 지워졌어요. 문서 추적을 해보면 재밌는 게, SUB-13은 원래 ‘기억 소거 약물의 반복 투여 간격 최적화’를 연구하던 프로젝트였어요. 그런데 8주차 실험 보고서부터는 피험자 번호가 완전히 바뀌더라고요. 원래 1번부터 40번이었는데, 갑자기 100번대가 등장하는 거죠. 이 번호 체계 변경 자체가 하나의 암호였던 것 같아요. 100번대 피험자들은 ‘자발적 참여자’가 아니라 ‘선별된 행동 패턴 보유자’였다는 게 제 조심스러운 추측입니다. 물론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의 순진한 생각일 뿐이에요. ^^
SUBRO 77 ‘LATHE’는 더 섬뜩한 구석이 있어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간접 환경 신호를 통한 의사 결정 유도’였거든요. 공개된 부분만 보면 지루한 심리학 논문 같아요. 그런데 1971년 11월 17일자 메모에서 연구책임자가 이렇게 썼어요. “피험자에게 위스콘신 주도가 어디인지 물었을 때, 특정 소리 패턴에 노출된 89%가 매디슨 대신 그린베이를 지목했다. 피험자들은 자신의 답변이 왜 틀렸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이걸 보면서 저는... 음, 연남동 클럽에서 특정 주파수의 베이스가 반복될 때 사람들이 왜 갑자기 테킬라를 더 많이 주문하는지 궁금해졌을 뿐이에요. 전혀 관련 없겠지만요!
마지막 SUBRO 112 ‘COURIER’. 이건 1972년 청문회 직전에 모든 기록이 사라져야 했던 프로젝트인데, 어쩌다 보니 애틀랜타 연방문서보관소의 ‘재무부 일반 서신’ 폴더에 잘못 들어가서 살아남았어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선택적 정보 전달자의 무의식적 신뢰 구축’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어떤 사람이 메신저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그 사람이 전달하는 정보를 신뢰하게 만드는 거죠. 무서운 건 이게 6주 안에 완성되는 교육 프로토콜이었다는 점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특정 클럽의 ‘소문난 DJ’가 왜 그렇게 신뢰감을 주는지... 아, 이건 정말 순수한 궁금증입니다. ㅎㅎ
## 빈 칸을 읽는 습관
제가 이걸 왜 꺼냈냐면요,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보다 공개되지 않은 서브프로젝트의 ‘의도된 누락’이 훨씬 더 많은 걸 말해주거든요. TUM은 통제 실험의 대상이 어떻게 전환되는지, LATHE는 어떻게 사람들이 내린 결정을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지, COURIER는 어떻게 신뢰가 구축되는지 보여줬어요. 이 세 가지는 한꺼번에 작동하도록 설계된 것 같아요.
연남동 클럽을 고르실 때도 혹시 이런 걸 경험하시지 않나요? 특정 입구의 조명, 반복되는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여기만 가면 재밌더라’는 친구의 말. 어쩌면 그게 SUBRO 112의 우아한 변주일지도 모르죠. 물론 제 지나친 상상력일 확률이 99.7%입니다. ^^
여기서 중요한 건, 자세한 내용 보기 같은 데서 누군가가 “이게 최고예요”라고 할 때,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느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셔야 한다는 거예요. 신뢰가 외부에서 건네진 건지, 정말 당신의 경험에서 나온 건지 말이죠.
1972년 청문회 이후, 사라진 페이지들에 쓰여 있던 기술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 기술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이름만 바꿨어요. 마치 마케팅 전략